《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2017)을 처음 영화관에서 봤던 그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익숙한 추리소설 원작이었지만, 막상 극장 조명이 꺼지고 열차가 설원을 달리는 첫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스크린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팝콘을 산 기억은 있는데,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손은 내내 허공을 맴돌았고, 시선은 포와로의 눈동자를 따라 범인을 좇고 있었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한 에르큘 포와로는 내가 알고 있던 캐릭터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었고, 때로는 차가울 정도로 논리적인 추리 기계였다. 그런 포와로가 열차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나도 스스로 탐정이 되어버렸다. 그가 승객 한 명 한 명을 추궁할 때마다, 나 역시 속으로 질문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말은 진실일까? 표정은 떨리고 있진 않았나? 왜 굳이 그 시간에 이동했을까?”
영화관 속, 관객의 추리가 시작되다
영화관 속, 관객의 추리가 시작되다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분명히 그 열차 안에 있었다. 유럽 설원을 달리던 오리엔트 특급이 눈보라로 인해 멈춰 선 후, 침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순간부터 나는 단순한 관객이 아닌, 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 또 하나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는 포와로의 시선과 함께 열차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사건을 보여주는 대신, 사건 속으로 끌어들인다. 각 인물의 표정과 말투, 동선, 대화의 틈새에서 관객 스스로 단서를 포착하도록 만든다. 포와로가 승객을 한 명씩 인터뷰할 때, 나는 매번 머릿속에 가상의 메모장을 펼쳤다. “그는 왜 그 시간에 객실을 나갔을까?”, “그녀는 왜 손수건을 감추려 했을까?” 한 명씩 지나갈수록, 의심은 더 늘어났고, 머릿속 퍼즐은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영화의 미장센은 추리에 몰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카메라는 열차 내부의 협소한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조명은 진실과 거짓 사이의 그림자를 강조한다. 단 하나의 힌트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력. 그것이 내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몰입했던 이유였다. 이 영화는 '범인을 추측하는 재미'가 아니라, '내가 추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설계한다.
그 반전의 순간,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나는 진심으로 숨을 멈췄다. 이토록 정교하게 구성된 단서들이 결국 한 지점을 향해 수렴했을 때, 그 지점에 서 있던 건 단 한 명의 범인이 아니라 열차에 탑승한 전원이었다는 사실. 그 누구도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범죄를 계획했고, 함께 칼을 들었다. 단순히 충격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 반전은 추리의 묘미를 뛰어넘어, 관객의 윤리적 판단을 시험하는 시험지 같았다.
피해자는 과거 유괴 사건의 주범이었고, 법의 심판을 피해 도망친 자였다. 그에게서 사랑하는 이를 빼앗겼던 사람들. 그들의 고통과 분노는 충분히 공감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벌인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가? 이 영화는 이 딜레마를 우리 각자에게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지 극 속 인물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넘어서,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의’의 기준을 묻는다.
포와로는 진실을 밝혀냈지만, 그 진실을 드러내는 대신 침묵을 택한다. 그 순간 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동의하면서도 괴로웠다. 그의 선택이 인간적이라 여겨졌지만, 동시에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영화는 그렇게 추리에서 도덕으로, 사건에서 인간으로 중심을 이동시키며 끝을 맺는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도 여전히 마음속에 질문을 간직한 채 극장을 나섰다.
영화가 끝나고도 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단지 반전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무엇이 옳고, 무엇이 죄인가.” 이건 단지 한 편의 추리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팝콘을 잊은 이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영화가 끝나고도 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단지 반전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무엇이 옳고, 무엇이 죄인가.” 이건 단지 한 편의 추리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팝콘은 끝내 남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2시간 동안 무언가 훨씬 더 진한 것을 삼켰다. 정의의 무게, 진실의 방향,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라는 복잡한 감정의 조각들을 말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다시 봐도 또다시 빠져드는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건, 당신의 추리가 이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지금 당신도 포와로와 같은 자리에 있다. 이번엔 당신이 진실을 말해보라.
정보 및 이미지 출처: Naver, IMDb,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