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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도 잊은 2시간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 내가 탐정이 되다

by ssnarae25 2025. 4. 12.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포토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2017)을 처음 영화관에서 봤던 그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익숙한 추리소설 원작이었지만, 막상 극장 조명이 꺼지고 열차가 설원을 달리는 첫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스크린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팝콘을 산 기억은 있는데,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손은 내내 허공을 맴돌았고, 시선은 포와로의 눈동자를 따라 범인을 좇고 있었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한 에르큘 포와로는 내가 알고 있던 캐릭터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었고, 때로는 차가울 정도로 논리적인 추리 기계였다. 그런 포와로가 열차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나도 스스로 탐정이 되어버렸다. 그가 승객 한 명 한 명을 추궁할 때마다, 나 역시 속으로 질문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말은 진실일까? 표정은 떨리고 있진 않았나? 왜 굳이 그 시간에 이동했을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포토

 

영화관 속, 관객의 추리가 시작되다

영화관 속, 관객의 추리가 시작되다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분명히 그 열차 안에 있었다. 유럽 설원을 달리던 오리엔트 특급이 눈보라로 인해 멈춰 선 후, 침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순간부터 나는 단순한 관객이 아닌, 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 또 하나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는 포와로의 시선과 함께 열차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사건을 보여주는 대신, 사건 속으로 끌어들인다. 각 인물의 표정과 말투, 동선, 대화의 틈새에서 관객 스스로 단서를 포착하도록 만든다. 포와로가 승객을 한 명씩 인터뷰할 때, 나는 매번 머릿속에 가상의 메모장을 펼쳤다. “그는 왜 그 시간에 객실을 나갔을까?”, “그녀는 왜 손수건을 감추려 했을까?” 한 명씩 지나갈수록, 의심은 더 늘어났고, 머릿속 퍼즐은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영화의 미장센은 추리에 몰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카메라는 열차 내부의 협소한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조명은 진실과 거짓 사이의 그림자를 강조한다. 단 하나의 힌트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력. 그것이 내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몰입했던 이유였다. 이 영화는 '범인을 추측하는 재미'가 아니라, '내가 추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설계한다.

그 반전의 순간,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나는 진심으로 숨을 멈췄다. 이토록 정교하게 구성된 단서들이 결국 한 지점을 향해 수렴했을 때, 그 지점에 서 있던 건 단 한 명의 범인이 아니라 열차에 탑승한 전원이었다는 사실. 그 누구도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범죄를 계획했고, 함께 칼을 들었다. 단순히 충격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 반전은 추리의 묘미를 뛰어넘어, 관객의 윤리적 판단을 시험하는 시험지 같았다.

피해자는 과거 유괴 사건의 주범이었고, 법의 심판을 피해 도망친 자였다. 그에게서 사랑하는 이를 빼앗겼던 사람들. 그들의 고통과 분노는 충분히 공감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벌인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가? 이 영화는 이 딜레마를 우리 각자에게 던진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지 극 속 인물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넘어서,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의’의 기준을 묻는다.

포와로는 진실을 밝혀냈지만, 그 진실을 드러내는 대신 침묵을 택한다. 그 순간 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동의하면서도 괴로웠다. 그의 선택이 인간적이라 여겨졌지만, 동시에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영화는 그렇게 추리에서 도덕으로, 사건에서 인간으로 중심을 이동시키며 끝을 맺는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도 여전히 마음속에 질문을 간직한 채 극장을 나섰다.

영화가 끝나고도 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단지 반전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무엇이 옳고, 무엇이 죄인가.” 이건 단지 한 편의 추리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팝콘을 잊은 이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영화가 끝나고도 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단지 반전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무엇이 옳고, 무엇이 죄인가.” 이건 단지 한 편의 추리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팝콘은 끝내 남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2시간 동안 무언가 훨씬 더 진한 것을 삼켰다. 정의의 무게, 진실의 방향,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라는 복잡한 감정의 조각들을 말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다시 봐도 또다시 빠져드는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건, 당신의 추리가 이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지금 당신도 포와로와 같은 자리에 있다. 이번엔 당신이 진실을 말해보라.

정보 및 이미지 출처: Naver, IMDb,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