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를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저 영화 속 이야기를 본 건데, 자꾸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늘 집에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 그 따뜻한 기억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툭툭 건드렸다.
어쩌면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가난’을 이야기해서가 아니다. 그 가난 속에서도 웃고, 살아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니의 모습은 한때의 나였고, 헤일리의 모습은 나의 엄마였다.
디즈니월드 옆의 보라색 모텔, 현실의 동화
영화의 배경은 디즈니월드 옆 ‘매직 캐슬’이라는 보라색 모텔이다. 무니라는 여섯 살 소녀와 엄마 헤일리는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름은 마법 같지만, 이곳은 하루하루가 버거운 사람들의 보금자리다. 모텔은 집이지만 집이 아니고, 안정적이지 않지만 서로를 품는다.
무니는 아이답게 세상이 마냥 즐겁다. 폐건물도 놀이터가 되고, 아이스크림 한 입에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는다. 햇살은 눈부시고, 웃음소리는 맑지만 그 모습은 너무 밝아서 때때로 더 아프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웃음이 얼마나 불안한 땅 위에 놓여 있는지. 삶이라는 게 꼭 이렇게 웃음과 눈물이 함께 엉켜 있을 때가 많다는 걸.
모텔의 이웃들 역시 다들 사연이 있다. 누군가는 자식과 떨어져 지내고, 누군가는 하루 벌이를 위해 발버둥 친다. 그 속에서 무니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명랑하다. 이곳은 분명히 현실인데, 무니의 시선은 마치 동화 같다.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견디는지, 이 영화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곁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에겐 전부다
헤일리는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모범적인 부모는 아니다. 일자리가 없고, 감정이 거칠며, 때론 아이보다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자신의 삶을 감당하기도 벅차 보인다. 하지만 무니에게 엄마는 세상의 중심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
이 장면에서 자꾸 내 엄마가 떠올랐다. 작고 오래된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며 “왔어?” 하던 그 목소리. 피곤하고 지친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면 꼭 미소를 지어주던 사람. 부끄러워서 말 못 했지만, 그 미소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그 미소 하나로 하루의 피로가 녹았고, 내 마음은 다시 편안해졌다.
무니도 그랬다. 엄마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곁에 늘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괜찮았다.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는 살아갈 힘이 되었다.
삶이 무너져도, 기억은 남는다
영화 후반, 무니는 복지시설로 보내지기 전 울음을 터뜨리며 도망친다. 그 장면은 영화 내내 씩씩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의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세상은 이 아이에게 처음으로 무서운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무니는 친구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로 달려간다. 그곳이 진짜였는지, 상상이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무니는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싶었던 ‘엄마와 함께한 시간’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다. 비록 작고 낡은 집이었지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섰을 때 엄마가 있었고, 불이 켜져 있었고, 따뜻한 냄새가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지키는 기억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 모든 평범한 순간이, 사랑이었다는 걸.
결론 – 사랑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말한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지탱할 수 있다고.
가난했지만 괜찮았던 이유. 그건, 돌아왔을 때 “왔어?” 하고 반겨주던 엄마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 마디가 나의 세상이었고, 지금도 삶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속을 비춰주는 등불이다.
혹시 당신도 그런 기억이 있나요? 삶은 팍팍했지만, 누군가 곁에 있어서 괜찮았던 순간.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아마 아주 오래도록 당신 마음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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