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줄거리나 반전 중심이 아니라, 제가 영화를 직접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에 집중해 써보았어요. 화려한 트릭보다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나 자신도 의심하게 만드는 그 묘한 느낌을 따라가며 정리했습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경 쓰며, 그때의 감정을 진심으로 담아보려 했어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A Haunting in Venice, 2023)》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핼러윈 파티(Hallowe’en Party)』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가 다시 포와로 역을 맡아 감독과 배우로 동시에 활약했고,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감정 중심적이고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끌고 갑니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추리보다는 ‘느낌’과 ‘여운’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논리를 내려놓은 탐정, 그리고 우리 모두의 내면
《베니스 유령 살인》 속 포와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어요. 예전엔 모든 걸 꿰뚫어 보던 눈빛과 논리의 화신이었지만, 이번엔 웬일인지 침묵이 많고 회의적입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세상을 믿지 않는 듯한 태도는 처음엔 낯설었어요. 하지만 영화가 흐를수록,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더 이상 명탐정이 아니라, 살아오며 상처받고 무너져본 사람으로 보이더라고요.
심령술이 열리는 베니스의 오래된 저택에 초대된 포와로는 겉으로는 늘 그렇듯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졌어요. 그는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를 듣고, 믿지 않았던 것을 눈앞에서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 앞에서, 그는 "내가 본 것이 진실일까?"라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죠.
저는 그 장면들을 보며, 그가 어떤 논리보다도 더 중요한 ‘감정의 진실’과 싸우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혹시 우리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겪고,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는 그런 시간. 이 영화는 그 시작점을 포와로의 변화에서 아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유령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가 감추고 있는 것
심령술 장면이 끝난 후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밀실 미스터리로 전환돼요. 누군가 사망하고, 사람들은 고택 안에 갇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범인을 추측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등장인물 각각이 숨기고 있는 감정과 상처에 더 시선이 가더라고요. 그들은 한마디 한마디 속에 슬픔을 담고 있고, 그 침묵조차 무겁고 두껍게 깔려 있었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계속 느꼈어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 보이지?', '저 대사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닐 텐데...'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건 죄나 트릭만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감정이었어요. 마치 유령이 집 안을 떠도는 게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눌려 있던 고통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떠오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포와로 역시 흔들립니다. 그는 예전처럼 명확하게 사람들을 추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때론 조용히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죠. 그 모습에서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살인의 진실을 밝히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외면해 온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걸 느꼈습니다.
당신은 정말 모든 걸 ‘봐야만’ 믿을 수 있나요?
영화의 마지막에는 사건의 퍼즐이 하나씩 풀어지고, 범인이 드러나요. 하지만 저는 그 순간에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어요. 사건은 해결됐지만, 남은 사람들의 감정은 여전히 복잡했고 누구 하나 악인이라 단정할 수 없었죠. 그들의 동기에는 상실과 절망이 있었고, 그 감정은 어떤 범죄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포와로 역시 예전처럼 자신만만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정의를 실현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다른 상처를 목격한 것 같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표정에는 승리도, 확신도 없었고 그저 조용한 연민과 슬픔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 장면에서 저는 정말 깊은 여운을 느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모든 걸 눈으로 직접 봐야만 믿어지시나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어요. 감정, 직감,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부정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유령보다도, 감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론 –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름으로, 여전히 유효한 감정의 미스터리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추리의 틀 안에 사람들의 감정과 내면을 정교하게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반전도 존재하지만, 이번엔 그 반전이 아닌 사람들의 흔들림이 더 오래 남았어요. 논리보다 감정,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것들. 그게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진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저택의 분위기와 포와로의 침묵, 인물들의 눈빛을 떠올렸어요. 만약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신다면, 추리를 맞히기보다는 그 안의 감정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진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믿고 계신가요?
※ 본 리뷰는 영화 감상 후 작성된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정보 출처: IMDb 영화 정보, 나무위키 인물 및 원작 정보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