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sun (애프터썬)》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많은 것을 숨기고, 우리에게 빈 공간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빈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꺼내보고,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리뷰에서는 줄거리 흐름을 따라가며, 아버지와 딸 사이의 단절된 감정, 그리고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본다.
햇살 가득한 휴양지, 그러나 감정은 흐릿하다
영화의 배경은 터키의 작은 리조트다. 소피는 이제 막 11살을 넘긴 어린 딸이고, 칼럼은 젊은 아버지다. 이들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며, 소중한 시간을 기록한다. 캠코더로 서로를 찍고, 수영장에서 장난치고, 함께 밥을 먹는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어디까지나 ‘겉보기’다. 화면 밖에서 우리는 알 수 없는 불안과 정적이 계속 흐른다. 칼럼은 이유 없이 담배를 피우고, 밤마다 조용히 혼자 있다. 소피는 그저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좋지만, 아빠가 혼자 울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바로 그 ‘모르던 시간’을 어른이 된 소피가 돌아보며 채워간다는 데 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어릴 땐 몰랐던 부모의 표정, 그때는 그냥 지쳐 보였던 얼굴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게 되는 순간들. 애프터썬은 그런 기억을 통해 감정을 되짚는 영화다.
말하지 않았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고 무너진다
영화는 대부분 소피의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보는 내내 우리는 칼럼의 마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는 좋은 아빠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슬퍼 보인다. 소피는 아직 그 감정을 읽을 수 없고, 칼럼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 두 사람 사이엔 ‘사랑’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녀가 가까워 보이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여기서 묻게 된다. 우리는 정말 가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부모님이 힘들다는 걸 알아챘던 순간, 혹은 미처 몰랐던 시간.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더는 묻지 못하게 된 그 거리감. 애프터썬은 그 질문을 은은하게 남긴다. 그리고 아주 늦게서야, 우리는 그 감정이 어떤 무게였는지 알게 된다.
기억은 늘 왜곡되고, 감정은 뒤늦게 다가온다
영화 후반부, 캠코더 속 영상이 반복되고, 현재의 소피가 잠시 등장한다. 그녀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를 다시 기억한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오히려 왜곡되고, 덧칠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다. 한 장면은 또렷하지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감정이란 건, 늘 그 순간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떠오른다. 에프터썬은 그 감정을, 침묵과 기다림, 그리고 장면들 사이의 공백으로 풀어낸다.
결론 –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당신 안에도 있다면
《에프터썬》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느리고, 조용한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아주 깊은 감정의 파장을 남긴다.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다 이해하지 못했던 딸, 모든 걸 숨긴 채 웃고 있었던 아버지. 그 둘의 마음은 교차하지 못한 채 흘러갔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하게 된다.
혹시 여러분도 그런 기억이 있지 않나요? 어릴 땐 몰랐지만, 지금 와서야 이해되는 감정.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다시 떠오르는 어떤 장면.
애프터썬은 당신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감정을 꺼내 줄지도 모릅니다. 말하지 않았던 사랑, 이해받지 못했던 외로움. 그 모든 것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조용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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